" 전주의 한식공간 "
전주 웨딩의거리에는 이제 드레스 의상실 보다 카페와 식당들이 많아져 이름의 정체성이 흔들릴듯 하다.
새롭게 생겨난 매장 이외에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장들이 있는데, 전주 시민이라면 당연히 들어봤을 '꽃' 과 '새벽강' 중에서 오늘은 새벽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어머니뻘의 여사님께서 혼자 운영중인 새벽강은 여사님께서 자신이 전주의 가난한 예술가들을 먹여 살리셨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있는 공간이다.
업소용 기기는 전혀 보이지 않고, 업소용 기물로 있는건 음료 쇼케이스 냉장고 정도. 전부 가정용 냉장고와 가정용 가스레인지 아일랜드 식탁이다. 짜여진 주방이 아닌 정말 가정에서 낸 듯한 음식에, 쇼케이스 냉장고의 출력이 강하지 않아 차갑지도 밍밍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온도가 그 감성을 한층 더 높여준다.
메뉴는 익숙하다. 국수에서부터 수육, 순두부찌개, 오징어볶음, 두부김치 등이 있는데 가장 인기있는 돼지뚝배기와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다.
기본 찬으로는 알배추와 배추김치, 그리고 토장 느낌의 쌈장이다. 김치는 시골집 할머니댁의 김치 같이 젓갈 향이 강하다. 남부, 그리고 전라도 음식의 색을 가득 담은 김치기에 타지에서 방문한다면 조금 힘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돼지뚝배기를 다른말로 부를 수 있는 음식이 뭘까 생각해보면 가장 가까운게 백제육볶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양파와 고추, 통으로 들어간 마늘에 돼지고기 몇 점이 전부인데, 돼지뚝배기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돼지고기는 많이 보이지 않는데, 양파를 맛보게 되면 돼지고기에 집중할 음식이 아니라는것을 느낀다.
돼지기름을 충분하게 먹은, 하지만 완전히 푹푹하게 누그러질 정도로 익지 않은 익힘정도는 앞서 말한 토장과 알배추쌈에 제격이다.
(하지만 돼지뚝배기면서 4-5점 이라니 좀 너무하신게 아닌가 싶다.)
된장으로 맛을 낸것도, 그렇다고 소금간으로 끝냈다기엔 감칠맛이 풍부하다. 이 맛에대해 끝없는 토론을 이어가다 보면 소주병이 쌓여가는데, 때마침 순두부찌개가 준비된다.
순두부찌개는 실망스러웠다. 간도 너무 싱거웠고 김치순두부찌개 였지만 김치를 물에 푼듯한 김칫국 느낌이어서 안주로도 식사로도 어느 부분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술기운에 '내가 끓인게 더 맛있다.' 소리를 내뱉었으니 말이다.
검색해보니 여사님의 시그니쳐는 돼지뚝배기와 국수, 그리고 볶음메뉴라고 하니 방문계획이 있다면 참고하면 좋겠다.
웨딩의 거리는 유년시절부터 가깝게 오고가던 거리였기에 더욱 더 자주 찾고, 변화가 반가운 거리이다. 매 해 고향을 방문할때마다 사라지고 들어서는 새로운 매장들이 반가우나,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장들에서 왜 그들이 사라지는지, 또한 왜 이들은 남아있는지에 대한 대답을 얻는다.
새벽강을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다 보면, 소주를 마시며 음식을 하시고 고객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치 그 모습은 조희숙 셰프님을 떠올리게 한다.
전주의 한식공간이라는 이름이 어울릴만 하도록, 전주시민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음식을 다음번 방문에도 기대하며 기차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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