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해석 "
미쉐린 가이드 서울 1스타 레스토랑인 에빗을 방문했다. 헤드셰프님이 호주에서 오신것으로 특별하지만 더욱 더 특별한 이유는 호주사람이 선보이는 한식이라는 것이다. 장을 이용한 디쉬들이 주 였고, 깻잎을 주로 사용하신걸 보면 깻잎의 향이 외국사람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온 것인가 라는 물음이 생긴다.
위치는 주택가 한복판에 있어 방문시에는 에빗의 매장만이 다른 세상인것 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발렛파킹이 가능하며 3천원 선불이다.(현금만 가능)
매장 앞 초인종을 누르면 서비스 매니저님께서 나와 예약사항 확인 후 좌석으로 안내해
주신다.
매장은 4개의 좌석이 전부로 크지 않고, 조명정도가 낮은 편이다.
코스에 대한 내용은 안내가 별도로 없지만 14-15정도의 코스를 유지한다고 하며 메뉴 교체가 잦다고 한다.
방문했을때에는 15코스로 식사했다.식사시에 마실 물 또한 선택할 수 있었는데, 미네랄워터와 탄산수가 준비되어 있다.미네랄 워터는 기순도 명인께서 장을 담그실 때 사용하신다는 물이었고 탄산수는 초정리에서 볼 수 있는 초정탄산수였다.
또한 에빗은 전통주 페어링이 좋은 평을 받고 있는데, 이번 식사에서는 주류 페어링을 아쉽게도 더하지 못했다.
와인페어링은 5잔 정도 서브되며, 같이 식사했던 인원 중 한 분이 경험을 하셨는데, 그리 추천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에빗의 음식들이 한식을 재 해석한 부분들이 크고 장의 맛과 향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코스의 시작으로 웰컴드링크가 제공되는데 깻잎으로 만든 주스에 사과산을 더해 산미와 청량감을 더했다고 한다. 마시게 되면 깻잎의 향은 강하지 않고 사과주스에 가까운 맛으로 호불호 없는 산뜻함이었다.
다음은 채집을 주제로 한 한입음식 이었는데, 적양배추 타르트링에 홍합을 갈고 그릴에 구운 김으로 맛을 더한 뒤 산초잎 꽃으로 장식을 했다. 생각보다 감칠맛이 깊었고 그 만큼 김 맛이 강하게 나며 산초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에빗 블로그 포스팅으로 검색을 하게 되면 자주 보이는 금도끼인데, 화이트 초콜릿으로 감싼 단새우 타르타르이다. 시트러스 오일에 깻잎으로 맛을 더했다고 하는데 외국인에게는 깻잎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식재료라고 생각이 되나보다. 화이트 초콜릿으로 감쌌다고 하여 너무 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단맛 보다는 조화롭지 못한 맛에 조금 이해가 힘들었다.
다음으로 준비된 음식으로는 감태로 겉을 감싸고 쥐포, 한라봉 젤리를 직정 만드셨다는 고추장에 버무린 한입거리였는데, 설명해주신 한라봉 젤리가 킥이 되어줄 줄 알았지만, 존재감이 너무 없어 고추장맛과 감태의 향이 전부였던것이 아쉽다.
다음으로는 얇게 저민 키조개 관자, 키조개 내장을 이용한 칩, 호박잎을 둥글게 올리고 가운데 올려진 소스는 깻잎과 미나리를 이용한 소스, 무 퓨레와 쑥 오일이었다. 이번 디쉬가 가장 조화가 좋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대체적으로 에빗의 간이 강해서 디쉬가 마무리 될 때 쯤에는 짠기가 돌아 물을 두 컵을 리필받았다.
비주얼로 압도하는 게는 간장게장을 새롭게 재해석한 디쉬였는데 이번 식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음식이었다.
간장과 게살을 이용한 크림, 아카시아꽃과 사과 다이스로 표현했는데, 아무래도 셰프님께서 호주분이시다 보니 장을 강하게 쓰시는 경향이 있는듯 하다. 모든 디쉬에서 장의 냄새가 강한데, 이번에는 된장의 쿰쿰한 냄새와 짠맛이 강해 다 비우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충격의 연속이다. 메주 위에 서브된 작은 공은 메주 찹쌀 도넛이다. 찹쌀 도넛안에는 캬라멜 라이징 크림과 달고나를 이용한 소스가 들어갔는데 찹쌀로 만든 캬라멜 도넛이 생각난다. 어느 치킨 브랜드에서 만든 캬라멜 볼 같은...
클렌져는 좋은 신호다. 이제 고기를 먹을 차례라는 뜻 이기 때문이다.
식혜를 이용한 소르베인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진짜 개미다. 셰프님께서 직접 채집하시고 급속 냉동시킨 개미라고 하는데, 옛 궁중음식 고서를 보면 개미로 산미를 주는데 이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개미는 먹지 않고 소르베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실제로 소르베가 심심하게 다가오는데 개미가 입 안에서 터지며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산미를 뿜어낸다. 산미와 더불어 아린 맛도 함께 전해주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드디어 메인이다. 오리고기에 소스로는 오리 진 소스가 준비된다.
오리가 굉장히 부드럽다. 칼을 슥 대면 슥 하고 썰릴만큼 부드럽고 굳이 소스를 찍지 않아도 될 만큼 고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이 훌륭하다. 숯향이 은은하게 돌아 오리 자체의 비릴 수 있는 육향을 잡았다.
다음은 메밀면이다. 참소라 육수에 백김치 시즈닝, 그리고 얇게 슬라이스 된 소라살은 소라 숯불구이다. 에빗의 하이라이트 라고 생각되는 음식이고 같이 식사했던 팀원들이 전부 극찬한 디쉬다. 참기름 향이 강하게 나고 소라스톡의 감칠맛이 좋다. 어느것 하나 튀지 않고 밸런스가 좋으며 면치기를 나도 모르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가지가지 한다. 이번엔 갓이다. 오골계를 이용한 음식이고 갓을 표현한 그릇을 받기 위해 전북에 위치한 명인에게 수 차례 컨펌을 받은 그릇이라 한다. 오골계 가슴살과 오골계 스톡, 솔방울 피클과 가운데를 가리고 있는 칩은 들깨가루를 이용한 칩이다. 맛이 굉장이 강하며 향이 진한데, 이 향이 호불호가 있을법한 향이다. 들깨가루를 이용한 칩이라고 하는데, 학교앞 문방구에서 팔던 백원짜리 감자칩 맛이 나 잠시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매실 아이스크림이다. 슬라이스한 매실과육이 아래 깔려있고 그 위로 씨앗과 청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다.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들어가는게 말로만 듣던 제로 웨이스트였다. 맛은 초X매실이 생각이 나는데 씨앗의 쓴맛이 조금 느껴진다. 아시다시피 매실의 씨앗에는 청매독(아미그달린)이 들어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준비되었다고 한다.
평범했던 참외 아이스크림을 지나 왕주를 한잔 마시고 나서는 마지막 디저트인 누룩으로 맛을 낸 푸딩과 쌀 튀밥, 캐러맬라이징한 보리튀밥, 엿기름 크럼블이 조화로운 디저트를 받아볼 수 있다. 4차례의 디저트를 맛보았지만 마지막을 장식하는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래에서부터 퍼올려 섞어 먹게 되면 식감에서부터 당도 그리고 향 까지 어느것 하나 지루한 것이 없고 새롭게 다가온다. 에빗에 페스츄리 셰프님을 호주에서 모셔오셨다고 하는데, 과연 그 실력이 입으로 전해진다.
에빗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재해석이라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우리가 먹고 자라온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보여질 수 밖에 없겠지만 이 도전이 대한민국 사람들의 입에는 어떻게 전해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식사였다. 놀랐기도 했고 감탄하기도 했으며 조금은 의아하기도 한 15차례의 에빗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바뀌어갈지 많은 기대를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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